거대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힘입어 39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 피규어 AI(Figure AI)가 안전 문제로 소송에 휘말렸다. 회사의 핵심 로봇 안전 엔지니어였던 로버트 그룬델(Robert Gruendel)은 로봇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경영진에 경고한 직후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냉장고를 찌그러뜨린 충격력": 두개골 파손 가능성 경고
CNBC 보도에 따르면, 그룬델은 지난 9월, CEO 브렛 애드콕(Brett Adcock)과 수석 엔지니어 카일 에델버그(Kyle Edelberg)에게 로봇들이 "인간의 두개골을 파손할 만큼 강력하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을 소장에 담았다. 소장에는 충격적인 근접 사고 사례도 포함됐다. 한 로봇이 갑자기 오작동하며 냉장고를 가격해 스테인리스 스틸 문에 6mm 깊이의 흠집을 남겼는데, 이는 로봇이 인간을 강타할 수도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룬델은 산업용 로봇인 F.02 모델로 자체 충격 실험을 수행했다. 이 모델은 최근 BMW 공장에 11개월간 배치되어 3만 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에 기여했다고 알려진 제조업 혁신의 상징이다. 실험 결과, 로봇이 '초인적인 속도'로 움직이며 발생시킨 충격력은 '고통 임계치의 20배'에 달했다. 그룬델은 F.02가 생성하는 힘이 '성인 두개골을 파손하는 데 필요한 힘의 약 2배 이상'으로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동료들 역시 로봇과의 근접 사고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익명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직접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5조 달러 로봇 시장 광풍, 안전은 뒷전이었나
소송에 따르면, 그룬델은 안전 문제를 제기한 지 며칠 만에 해고됐다. 그는 해고 전부터 애드콕 CEO가 안전 관련 회의를 주간에서 분기별로 축소했으며, 안전 문제에 대한 메시지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점은 에델버그 수석 엔지니어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했던 핵심 로봇 안전 로드맵을 임의로 폐기했다는 것이다. 또한 8월에는 수석 엔지니어가 "미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F.02의 중요한 안전 기능을 제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모건 스탠리가 2050년까지 안드로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6,8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피규어 AI가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광풍처럼 뛰어든 것이 안전 불감증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피규어 AI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룬델은 "실적 부진으로 해고됐다"며, 그의 "주장은 거짓이며 법정에서 철저히 반박할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앞으로의 전망
그룬델의 변호인은 이 소송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과 관련된 최초의 내부 고발 사건이 될 수 있으며, 성급한 시장 출시 접근 방식이 대중에게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음을 사법 절차를 통해 밝히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의 초기 도입에서 보았듯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로봇 안전 표준과 규제의 속도를 앞지를 때 위험은 커진다. 이번 소송은 인간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안전 기준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전례 없는 논의와 규제 강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