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과학자들이 인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찾아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 기술을 구현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브래들리 J. 넬슨(Bradley J. Nelson) 교수팀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자성을 이용해 제어되는 모래알 크기의 캡슐형 마이크로 로봇을 발표했다. 이 혁신적인 나노 로봇은 약물이 인체 전신으로 퍼져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신약 개발 및 정밀 의료 분야의 난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기장으로 움직이는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 의술
수많은 신약들이 임상 단계에서 좌절하는 주된 이유는 약물이 필요한 부위에만 작용하지 않고 전신에 퍼져 구토, 탈모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통약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약 성분이 온몸의 혈류를 따라 순환하는 것과 같다.
○ 원격 제어 시스템: 스위스 연구팀이 개발한 캡슐은 지름 20~25cm 크기의 전자석 코일 6개를 환자 주변에 배치하여 생성된 자기장으로 움직인다. 이 자기장을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의료진은 로봇을 혈관 내부나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밀거나 당길 수 있다. 넬슨 교수는 "의사가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도구로 로봇을 조종한다"고 설명한다.
○ 혈류 역행 및 정밀 추적: 이 자기장의 힘은 혈류의 역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캡슐은 엑스레이를 통해 혈관 내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높은 밀도의 탄탈럼 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며, 자성을 띠는 철 산화물 나노 입자를 사용하여 움직인다. 캡슐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단백질 성분인 젤라틴 구조가 녹아내리도록 유도하여 약물을 정확히 방출한다.
차세대 정밀 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
이 마이크로 로봇 기술은 동맥류, 공격성이 강한 뇌종양, 동정맥 기형과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질병 치료에 특히 유용할 수 있다. 돼지의 혈관 구조는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에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인체 혈관 모형 테스트에서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기술 융합의 난제 돌파: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로봇공학 교수 하위 초셋은 이 연구에 대해 "극도로 정밀한 수준의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내가 본 모든 연구 중 가장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로봇공학, 생체의학 공학, 나노 기술 등 여러 고난이도 분야가 결합되는 복합적인 문제였기에 이번 성과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앞으로의 전망
넬슨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을 활용한 약물 수송 기술이 3년에서 5년 내에 인체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기술은 정밀 의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외과 수술 대신 환자가 알약처럼 로봇을 복용하게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며, 이는 의료 로봇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