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검색 엔진을 빠르게 대체하며 정보 습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주는 AI는 현대인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숨겨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챗봇에 의존해 정보를 얻을 경우, 직접 검색 엔진을 활용할 때보다 학습의 깊이가 얕아지고 비판적 사고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성형 AI 의존이 부르는 '디지털 인지 저하'의 습격
국제 학술지 'PNAS 넥서스'에 게재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사용해 학습한 그룹은 구글 검색을 이용한 그룹보다 지식 습득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7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특정 주제를 학습한 뒤 지인에게 조언을 건네는 과제를 수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I 챗봇을 활용한 참가자들의 결과물은 내용이 짧고 일반론에 그쳤으며 사실적 정보가 부족했다. 반면 직접 검색하고 정보를 취합한 그룹은 훨씬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을 산출했다.
연구를 주도한 시리 멜루마드(Shiri Melumad) 교수는 이를 '인지적 마찰(Friction)'의 부재로 설명한다. 우리가 구글 검색을 할 때는 링크를 탐색하고, 내용을 읽고, 정보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이 학습 효과를 높인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이 모든 과정을 대신 처리해 요약된 답변만 제시한다. 사용자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소화하는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인 수용자로 전락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학습 과정에서 뇌가 덜 작동하게 만든다.
에듀테크 시장 확산 속 교육 현장의 딜레마
문제는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의 기술 도입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등 빅테크 기업들은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교사들에게 AI 활용법을 교육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기업과 제휴해 '듀크GPT(DukeGPT)'와 같은 맞춤형 챗봇을 도입하고 있다. 선행 연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론대의 조사에서도 AI 도구의 정확성을 맹신할 경우 비판적 사고력이 위축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한 챗GPT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학생들이 기억력 감퇴와 성적 하락을 겪고 있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어 교육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생성형 AI는 검색 엔진을 넘어 교육과 업무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 고유의 사고력을 잠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향후 교육은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검증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체화하는 '능동적 문해력' 교육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AI 시대,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한 사용자의 현명한 균형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