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에 대해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흘러나온 평화안 초안이 사실상 러시아의 승리를 용인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워싱턴 정가와 외교가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28포인트 평화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세부 내용이 러시아의 침략을 보상하는 형태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영토 양보 및 나토 가입 유예 보도에 '항복 문서' 비판 고조
WSJ과 주요 외신들이 입수한 평화안 초안의 핵심은 '현재 전선의 동결'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영토(우크라이나 전체의 약 20% 추정)를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하에 두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희망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최소 20년 동안 유예된다. 대신 미국은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인 무기 지원을 제공하고, 약 800마일(1,287km)에 달하는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하여 유럽 군대가 이를 관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동맹국들은 즉각 반발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과 유럽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것이 평화 협정이 아니라 사실상의 '항복 문서'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뺏은 영토를 인정해 주는 선례를 남길 뿐만 아니라, 나토 가입 유예는 푸틴 대통령에게 재정비를 위한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내 매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푸틴에게 보상을 주는 꼴"이라며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모든 결정은 내가 직접 내린다"… 유연성 강조하며 수습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은 해당 문서가 "확정된 정책이 아닌 실무진 차원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평화안이 러시아 편향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자신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고위 보좌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보도된 계획안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고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극단적인 카드를 먼저 내보인 뒤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댄 드리스컬 육군 장관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급파하여 양측의 의중을 다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초안에 대한 반발을 고려하여 수정된 제안을 모색하거나, 젤렌스키와 푸틴 양쪽을 모두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유인책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내 종전'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커서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특히 영토 문제와 나토 가입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쟁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그의 외교적 역량을 시험하는 첫 번째 큰 무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