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명품 광학 기업 라이카(Leica)가 흑백 사진 전용 카메라인 '라이카 Q3 모노크롬(Q3 Monochrom)'을 공식 발표했다. 2012년 M9 모노크롬을 시작으로 디지털 흑백 사진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라이카는 이번 신제품을 통해 콤팩트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다시금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특히 60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센서와 강화된 동영상 기능은 사진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60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 빛의 본질을 담다
이번에 공개된 라이카 Q3 모노크롬의 핵심은 컬러 필터를 완전히 제거한 6000만 화소 흑백 전용 이면조사형(BSI) CMOS 센서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는 색상 정보를 얻기 위해 센서 앞에 컬러 필터를 부착하지만, 이 과정에서 빛의 일부가 차단되고 해상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라이카 Q3 모노크롬은 오직 밝기 정보(휘도)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반 센서 대비 압도적인 선예도와 깊이 있는 계조 표현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트리플 해상도 기술을 통해 6000만, 3600만, 1800만 화소 중 선택하여 촬영할 수 있으며, ISO 감도는 100부터 200,000까지 지원한다. 렌즈는 라이카의 명작으로 꼽히는 고정형 '라이카 주미룩스 28mm f/1.7 ASPH'를 탑재했다. 이 렌즈는 어두운 조명 환경에서도 노이즈를 억제하고 뛰어난 디테일을 보여주며, 17cm 접사 모드를 지원해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한다. 또한 디지털 줌 기능을 통해 28mm 광각부터 90mm 망원 화각까지 크롭 촬영이 가능해 활용도를 높였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철저한 절제미를 보여준다. 라이카를 상징하는 전면의 붉은색 로고를 과감히 제거하고, 본체와 렌즈 후드, 각종 다이얼의 각인까지 모두 블랙 또는 그레이 톤으로 마감했다. 긁힘에 강한 매트한 블랙 페인트 마감과 특수 가죽 패턴은 클래식하면서도 은밀한 스텔스 룩을 완성한다. 독일에서 제조되는 이 제품은 IP52 등급의 방진 및 방수 기능을 갖추어 거친 야외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촬영을 돕는다.
콘텐츠 자격 증명 도입과 하이엔드 카메라의 진화
라이카 Q3 모노크롬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도구를 넘어 디지털 이미지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Q 시리즈 최초로 '콘텐츠 자격 증명(Content Credentials)'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촬영된 이미지에 CAI(Content Authenticity Initiative) 호환 디지털 서명을 포함하는 기술로, 최근 AI 생성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진의 원본성과 진위를 증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저널리즘과 예술 사진 분야에서 원본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전문가들에게 환영받을 기능이다.
하드웨어 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576만 화소의 고해상도 OLED 뷰파인더와 틸팅이 가능한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하이앵글과 로우앵글 촬영이 용이하다. 빠르고 정확한 하이브리드 오토포커스 시스템은 움직이는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동영상 기능 역시 강화되어 최대 8K 해상도의 흑백 비디오 녹화가 가능하다. 연결성 측면에서는 Wi-Fi, 블루투스, USB-C 및 마이크로 HDMI 포트를 지원하며, '라이카 포토스(Leica FOTOS)' 앱과 연동하여 촬영물을 모바일 기기로 즉시 전송할 수 있다.
라이카 Q3 모노크롬은 2025년 11월 20일부터 전 세계 라이카 스토어 및 공식 딜러를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6,750유로(한화 약 1,140만 원대)로 책정됐다. 흑백 사진이라는 니치 마켓을 겨냥하고 있지만, 독보적인 묘사력과 브랜드 헤리티지 덕분에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진과 영상 메뉴를 분리한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연말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Q3 사용자들에게도 제공될 예정이어서, 라이카의 사후 지원 정책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