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 '선데이(Sunday)'는 11월 20일(한국 시간), 가정용 AI 로봇 '메모(Memo)'를 전격 공개했다. 이 로봇은 기존의 로봇 청소기와 달리 설거지, 빨래 정리, 물건 정돈 등 복잡한 손기술이 필요한 집안일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스마트홈 자동화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선데이는 2024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그 구성원은 화려하다.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해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웨이모,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출신 엔지니어들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토니 차오(Tony Zhao) CEO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저비용 오픈 소스 하드웨어 시스템인 'ALOHA' 연구를 주도했던 인물로, 로봇 조작 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1,000만 건 데이터 학습, 인간의 손기술 그대로 재현

가사 로봇 메모의 핵심 경쟁력은 방대한 실데이터에 기반한 AI 학습 능력이다. 선데이는 실험실 환경이 아닌 실제 가정에서의 데이터가 로봇의 실용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500개 이상의 가정에서 수집된 약 1,000만 건의 행동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

주목할 점은 학습 방식이다. 인간이 집안일을 할 때 '스킬 캡처 장갑'이라는 특수 장비 착용하고 움직이면, 그 미세한 동작과 힘의 조절이 데이터로 기록된다. 메모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건을 잡거나 옮기는 순서, 힘의 강약 등을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한다. 덕분에 규격화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드웨어 설계 역시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두 다리로 걷는 대신, 바퀴가 달린 안정적인 기저부에 신축성 있는 척추 구조를 결합했다. 이는 복잡한 가정 내 장애물을 피하고 다양한 높이의 작업대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으로 분석된다. 각 가정의 환경 차이에 따라 스스로 적응하는 AI 알고리즘은 스마트홈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3,500만 달러 투자 유치, 스마트홈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선데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벤치마크(Benchmark), 컨빅션(Conviction) 등 유력 벤처캐피털로부터 약 3,500만 달러(약 488억 원, 11월 21일 환율 기준)의 초기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하드웨어와 AI를 통합한 자체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입되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통합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메모는 '창립 가족 베타(Founding Family Beta)'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50가구에 우선 도입될 예정이다. 베타 신청 접수는 제품 발표와 동시에 시작되었으며, 일반 소비자 판매 시기와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모의 등장은 가사 노동의 자동화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기술력이 집약된 만큼, 기존 로봇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복잡한 비정형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향후 데이터가 더 축적되고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 가사 로봇은 스마트홈 자동화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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