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한국 시간 기준 11월 20일) 주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87,000(약 1억 2,700만 원, 1 USD = 1,458.30원 기준)를 크게 하회하며 몇 주간 이어져 온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일 동안에만 약 10% 가까이 폭락한 수치이며, 최근 7개월간의 누적 상승분을 대부분 지워버린 충격적인 하락세이다.
지난 10월 초 $126,000를 상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30% 이상 가치가 폭락했다. 이로 인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무려 1조 달러(약 1,458조 원) 이상 증발했다. 암호화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산 증발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AI 버블 우려와 기술주 매도, 비트코인 급락의 배경
이번 비트코인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기술주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목된다. 특히 이달 초부터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주가 급락을 겪으면서 'AI 버블'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고조되었다.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견고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주 시장의 불안정성이 고변동성 자산인 비트코인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과거 인플레이션과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비하는 '헤지(Hedge)' 수단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은, 이제 월스트리트의 주요 지수들과 동조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참여를 가능하게 한 암호화폐 ETF 출시 이후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의 변모
비트코인과 광범위한 주식 시장의 상관관계는 '부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마저 비트코인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암호화폐는 더 이상 고유의 가치 척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불안정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대신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Gold)으로 대거 이동하는 추세를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은 비트코인의 하락기 동안 '쉽게 뛰어넘는' 실적을 보이며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있다. 거시 경제 지표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대규모 보유자(Whales)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이들의 매도세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망
현재의 매도세가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과 AI 기술주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여 비트코인 가격은 당분간 더 하락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비트코인이 회복의 기반을 다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 없는 수준의 암호화폐 ETF 유입에도 불구하고, 거시 경제 환경과 기술주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강해지면서 비트코인 투자는 더욱 복잡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