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업계의 거인 테슬라(Tesla)가 마침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기능을 자사 차량에 도입하기 위해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수년간 거부해 온 테슬라의 독자 시스템 고수 정책에 대한 전격적인 백기 투항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시스템은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차량 내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익숙한 카플레이 환경 부재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운전 중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음악, 메시징 기능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려는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이 기능의 도입은 테슬라 차량 소유자, 특히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기능은 수개월 내에 출시될 준비가 될 수 있지만, 개발 및 테스트가 곧 출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강경책에서 선회: 테슬라 시스템의 변화
이번 결정은 테슬라가 자체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에 수년 동안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정책 선회이다. 과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애플 사이에는 다소 냉랭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모델 3 프로그램이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렀을 때 애플에 테슬라 매각을 제안했지만, 팀 쿡(Tim Cook) 애플 CEO가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애플은 과거 실패로 끝난 '애플 카' 프로젝트를 위해 테슬라의 핵심 인력들을 스카우트해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애플 카플레이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소비자 요구와 시장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테슬라 시스템은 차량의 모든 제어를 통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의 브랜드 경험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애플 카플레이를 기존 테슬라 시스템 인터페이스 내의 별도 창 형태로 포함할 계획이다. 이는 카플레이가 기존 테슬라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차량의 계기판까지 통합되는 새로운 버전인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가 아닌 표준 버전의 카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시스템은 차량 제어에 있어 워낙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카플레이가 모든 기능을 흡수하는 카플레이 울트라의 도입은 테슬라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카플레이의 위상 변화와 테슬라의 전략적 선택
흥미롭게도, 테슬라가 카플레이 도입을 결정한 시점은 다른 경쟁사들이 카플레이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과 맞물린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최근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AI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체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카플레이의 인기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데이터 주권과 자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독자 시스템을 선호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포드 CEO 역시 애플이 최근 강화한 카플레이 버전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슬라의 카플레이 도입은 단순한 유행 편승보다는,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테슬라 시스템이 건재함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시스템 내의 서브 기능 형태로 카플레이를 제공함으로써, 핵심적인 테슬라만의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아이폰 사용자들의 숙원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