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의 초기 모양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 image©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초신성의 초기 모양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 image©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천문학자들이 거대한 별이 폭발하기 직전의 장면을 세계 최초로 포착했다. 이번 관측은 별이 초신성으로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한 역사적 사건이다. 유럽남부천문대(ESO)는 칠레에 위치한 초대형 망원경(VLT)을 이용해 초신성 SN 2024ggi를 폭발 26시간 만에 촬영했다. 이번 결과는 Science Advances에 실렸으며, 초신성의 형태와 폭발 메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초신성 폭발의 ‘탄생 순간’ 포착

SN 2024ggi는 지구에서 약 2,200만 광년 떨어진 NGC 3621 은하에서 발견됐다. 폭발 전에는 태양 질량의 12~15배, 반지름이 약 500배에 달하는 적색 초거성이었다. 별이 연료를 모두 소진하면 중심부가 붕괴하고, 외층이 안쪽으로 떨어지며 충격파가 반발해 밖으로 폭발한다. 이번 연구는 그 순간을 처음으로 ‘스펙트로편광 분석(Spectropolarimetry)’ 기법으로 관측했다.

이 기술은 빛의 편광(Polarization)을 분석해 물체의 3차원 형상을 유추하는 방식이다. 텍사스 A&M대 천문학자 리판 왕은 “이 관측은 기존 광학 장비로는 파악할 수 없는 폭발의 기하학적 구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신성은 망원경에서 점처럼 보이지만, 연구진은 빛의 편광 패턴을 통해 폭발 직후 별의 형상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NGC3621 은하에서 발견된 초신성 Sn2024ggi©(원으로 표시)  | image©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NGC3621 은하에서 발견된 초신성 Sn2024ggi©(원으로 표시) | image©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올리브형’ 폭발, 초신성 모델 수정 예고

연구진이 재구성한 결과, SN 2024ggi의 초기 폭발은 타원형에 가까운 ‘올리브형 구조’를 보였다. 폭발 물질이 바깥으로 확산하면서 주변 성간물질과 충돌했지만, 축 대칭은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를 이끈 칭화대 천문학자 이양(Yi Yang)은 “이 결과는 다수의 거대 별이 공통된 대칭축을 따라 폭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초신성 폭발 메커니즘 연구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충격파가 어떻게 발생하고 별 내부를 통과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으로 일부 기존 모델을 배제하고, 새로운 폭발 이론의 정교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신성 연구의 새로운 전기

이번 관측은 단순한 ‘천문 사진’이 아니라, 초신성의 구조적 진화를 해석할 수 있는 물리적 데이터를 처음 확보한 사례다. 천문학계는 앞으로 유사한 관측을 통해 별의 생애 말기를 더 정확히 규명하고, 우주 진화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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