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AI(인공지능)·암호화폐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식고 있다. Bloomberg는 이 같은 흐름을 “월가의 스릴 라이드가 제동 걸렸다”(Wall Street Thrill Ride Derailed as Doubts Seize AI, Crypto Bets)”는 표현으로 전했다.
위험 자산의 급격한 미끄러짐: 월가의 '거품' 경고
이는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고평가 우려가 월가 최고 경영진들의 잇따른 경고와 맞물려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저점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시장의 랠리가 소수의 종목에만 집중되면서 과열 조짐을 보였고, 캐피털 그룹(Capital Group), 골드만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Inc.),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의 거대 금융사 최고 경영자(CEO)들은 시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는 오히려 건전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AI 테마의 취약성 노출: 집중된 리더십의 그림자
최근 몇 달간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많은 트레이더들이 시장의 고평가 위험을 무시하고 상승세만을 쫓았다. 그러나 포렉스닷컴(Forex.com)의 파와드 라자크자다(Fawad Razaqzada)는 "랠리를 이끄는 리더십이 위험할 정도로 좁아졌으며, 소수의 초대형 기술주(Mega-cap tech names)만이 모든 짐을 지고 있어 AI 내러티브(AI narrative)에 조금이라도 흔들림이 오면 시장 전체가 취약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공지능(AI) 붐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 등이 집중적인 매도 압력을 받았다. 특히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와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Inc.)와 엔비디아에 대한 숏 포지션(Short positions)을 공개하면서, 이 부문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이 지속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암호화폐의 동반 하락과 시장 재평가
암호화폐 시장 역시 이러한 위험 자산 회피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주 중심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비트코인(Bitcoin)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장 전반은 여전히 불리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10월 초 거의 4.4조 달러(원환율 약 1,400원·달러 → 약 6,160조 원)였던 시가총액이 20%가량 하락하며 연간 상승분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특히 비트코인은 기술적 지지선인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밀려났고, 일부 알트코인은 더욱 큰 폭으로 후퇴했다.
여기에 AI 투자 과열 논란이 겹치면서, 암호화폐·AI 주식이 동반 매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예컨대 암호화폐 거래소 BTSE의 운영책임자는 “AI·기술주가 급격히 조정받는다면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아래로 밀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초대형 기술 기업들이 기록했던 닷컴 버블 당시의 주가수익비율(Price-to-Earnings ratios)보다는 현재의 비율이 훨씬 낮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AI 컴퓨팅 및 서비스에 대한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요를 보고하고 있으며, 견고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은 냉각되는 고용 동향, 불안정한 기업 실적, 그리고 고조된 밸류에이션 불안감이 뒤섞인 상황에 고심하고 있다. AI에 대한 열정과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잠시 주춤하면서, 월가는 가장 뜨거운 섹터조차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는 현실에 적응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주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