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체 물질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여겨지는 암흑물질(dark matter) 은 여전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천문학자들이 우주 초기의 변두리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100억 광년 너머, 암흑물질의 흔적 포착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과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 에 발표된 두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거대한 은하를 통과하는 빛의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 왜곡을 분석해 초저질량 천체를 확인했다. 이 물체는 지금까지 이 기법으로 탐지된 천체 중 가장 낮은 질량을 가진 것으로, 태양 질량의 백만 배 수준이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UC데이비스의 천문학자 크리스 파스나흐트는 “이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작은 질량체를 포착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이런 관측은 암흑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암흑 헤일로, ‘냉암물질 이론’ 지지
이 천체는 약 100억 광년 떨어져 있으며, 관측 당시 우주는 현재 나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5억 년이었다. 연구진은 하와이의 VLBA(초장기선 전파 간섭계) 와 유럽의 EVN(유럽 전파망원경 네트워크) 등 전 세계 전파망원경 데이터를 결합해 “지구 크기의 슈퍼망원경”을 구축, 이를 통해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암흑물질은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중력 영향으로 다른 천체의 빛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간접 탐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우주에서 은하와 별이 형성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이번에 발견된 천체는 ‘냉암물질(cold dark matter)’ 이론과 일치한다. 이는 암흑물질이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 곳곳에서 ‘헤일로(halo)’ 형태로 뭉쳐 있는 구조를 이룬다는 이론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데번 파월 박사는 “이번 발견은 냉암물질 이론을 강하게 뒷받침한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암흑 헤일로를 더 찾을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천체가 비활성 초밀집 왜소은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거리에서 질량, 크기, 위치를 정밀 측정한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암흑물질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관측 기반 증거로 평가된다. 만약 유사한 헤일로가 추가로 발견된다면, 암흑물질의 ‘냉암’ 특성이 결정적으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
암흑물질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가 우주의 구조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초저질량 천체의 포착은 인류가 우주의 어두운 절반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