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상징과도 같은 페라리가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인 코드명 엘레트리카(Elettrica)의 핵심 기술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다. 페라리는 이 엘레트리카가 일부 제조사들이 전기차에 사용하는 미리 녹음된 가짜 사운드(예: 포르쉐 타이칸) 대신, 자체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통해 차량의 '목소리'를 만들어낼 계획임을 밝혔다.
모터 진동을 포착해 소리로 변환: '전기 기타 픽업' 방식
엘레트리카의 사운드 생성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리어 액슬 또는 모터 케이싱에 장착된 센서가 파워트레인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고, 이 시스템이 해당 신호를 처리하여 소리로 변환한다.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이 방식을 전기 기타의 픽업(pickup)에 비유하며, 차량의 하모닉스를 톤으로 변환하여 차량과 진정으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고 보도한다.
이 소리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커지고, 정속 주행 시에는 조용해진다. 심지어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그 변화를 소리로 은밀하게 암시하는 기능까지 할 수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기반 사운드는 운전자의 차량 제어 피드백을 극대화하여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리가 차량의 부하 및 접지력과 깔끔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차량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배울 수 있으며 운전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압도적인 성능과 확장성: 1,000마력 전기차의 등장
엘레트리카는 4개의 모터를 장착하여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62mph)까지 단 2.5초 만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이 모터들은 122kWh 용량의 880V 고전압 배터리 팩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으며, 최대 350kW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 가능 거리는 530km(330+ 마일)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엘레트리카가 4도어 세단 형태의 전기차가 될 예정이며, 전통적인 2도어 스포츠카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페라리는 전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였던 조니 아이브(Jony Ive)가 공동 설립한 디자인 그룹 러브프롬(LoveFrom)과의 협력을 통해 디자인 혁신도 예고한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선행 공개와 전략적 파트너십은 일부 경쟁사들이 전기차 전략을 보류하거나 선회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페라리가 주목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페라리는 마라넬로(Maranello) 본사에서 엘레트리카 플랫폼과 사운드 기술만을 먼저 선보였으며, 실내와 외관 디자인은 2026년 상반기에 최종 공개될 예정이다.
